화살 나무에는 화살이 있었다
시 · 한상현
낭송 · 승현 유미숙
너에게 가려고 시침과 초침을 떼어버렸다
너에게 가려고 기억을 묶고
가을도 묶었지만 내겐 늘 겨울이었다
너에게 쓰다만 미완성의 시 한 편이
미루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있다
큐피드는 심장에 사랑의 화살을 쏘았고
후예는 아홉 개의 화살로 아홉 개의 태양을 떨어뜨렸다지만
너의 차가운 침묵은 내 심장을 쏘고 또 쏘고 있다
봉인된 문을 열고 시간을 조율하고 있다
움츠렸던 마음의 몰락이 아니라 거짓과 기만이 몰락했던 것이다
너에게 짜릿한 해답이 될 수 있기를
그리움만 더해가는 가슴에 꾹꾹 새기고 있다
분침은 덜컥덜컥 네모 바퀴 자전거를 타고 있다
끝내 한 마디 말도 못 하고
등 뒤에서 쏟아지는 눈송이만 하나 둘 세고 있다
팽팽히 당겨진 시위에 영혼을 담고 있다
너에게 가려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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