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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낭송|사랑이 지워지면|최우용|좋은 시|좋은 글

소풍가자친구 2023. 10. 27. 10:00

 

사랑이 지워지면

 

· 최우용

낭송 · 승현 유미숙

 

 

 

저녁 무렵 회색 빚 하늘이 날땅처럼 짙어지자

바람이 느리고 쓸쓸하게 배회했다.

사랑이 지워지면 다시 시작되는 날들이

먼 길처럼 돌아갔다.

 

슬픈 날이 많았다.

고독이 잠든 잎사귀라도 깨울까 봐

행여 그대에게 속마음 들킬까 봐

살고자 한 날들이 겨울밤 안에서

스스로 숨었다.

 

내 세월은 떨어지는 꽃잎 하나

붙잡지 못했지만

눈물 베인 밤하늘에

마주치지 못한 슬픔이 남아 있다면

생의 끝까지 거스리지 않으리.

 

나의 양심에 자란 사랑은

늘 아팠다.

 

나비가 봄을 찾아 떠났다.

헐벗은 가로수가 인내한 시간들이

핏줄처럼 뿌리에서 비상한다.

 

들판과 햇살 사이로

흐르는 강물 사이로

이 시간 사이로

나름 최선을 다하는 자기몫의

인생들 사이로

 

 

작은 바램이 있다면

마음 안에 정직을 품고

나도 벚꽃잎처럼 세상 속으로

다시 집을 나서고 싶다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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