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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풍가자친구 2023. 10. 24. 22:20

 

시절인연(時節因緣)

 

박기준

낭송승현 유미숙

 

예민이 불면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

 

꿈을 꾸는 선잠

비슬비슬 도착한 곳은 폐허였고

잔해에 핀 당신이 안쓰러워 울면

꽃밭이 되었다

 

풋사과가 익어가던 시절

당신이 인연인 줄 알았다

 

별이 떨어지는 이별을 겪으며

새 인연이 와도 손에 쥐지 못했다

 

미련의 부스러기가 쌓여갈 때

파도의 휘파람 소리가 들리고

당신의 내음이 바다에 퍼져

나를 당긴다

 

모래를 손에 쥔 인연

 

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

털어내려 해도 털어지지 않는다

 

두 손 가득 쥐었지만

시간 사이로 빠져나간다

 

공허가 파도에 휩쓸리듯

관계가 하나씩 물방울 될 때의 허탈

 

삶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며

인연만 남는다

 

주름 깊숙이 나이테가 된다

 

바람과 구름처럼 어긋났지만

폭풍우가 되어 다시 만나겠지

 

우리는,