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시절인연(時節因緣)
시|박기준
낭송|승현 유미숙
예민이 불면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
꿈을 꾸는 선잠
비슬비슬 도착한 곳은 폐허였고
잔해에 핀 당신이 안쓰러워 울면
꽃밭이 되었다
풋사과가 익어가던 시절
당신이 인연인 줄 알았다
별이 떨어지는 이별을 겪으며
새 인연이 와도 손에 쥐지 못했다
미련의 부스러기가 쌓여갈 때
파도의 휘파람 소리가 들리고
당신의 내음이 바다에 퍼져
나를 당긴다
모래를 손에 쥔 인연
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
털어내려 해도 털어지지 않는다
두 손 가득 쥐었지만
시간 사이로 빠져나간다
공허가 파도에 휩쓸리듯
관계가 하나씩 물방울 될 때의 허탈
삶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며
인연만 남는다
주름 깊숙이 나이테가 된다
바람과 구름처럼 어긋났지만
폭풍우가 되어 다시 만나겠지
우리는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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