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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낭송|달팽이의 꿈|이윤학|좋은글|좋은시|신춘문예 한국일보 시부문 당선작

소풍가자친구 2024. 2. 16. 20:00

 

 

달팽이의 꿈

 

· 이윤학

낭송 · 유미숙

 

집이 되지 않았다 도피처가 되지도 않았다

보호색을 띠고 안주해버림이 무서웠다

힘겨운 짐 하나 꾸리고

기우뚱 기우뚱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

얼굴을 내밀고 살고 싶었다 속살을

물 위에 싣고 춤추고 싶었다

꿈이 소박하면 현실은 속박쯤 되겠지

결국은 힘겨운 짐 하나 벗으러 가는 길

희망은 낱개로 흩어진 미세한 먹이에 불과한 것이다

최초의 본능으로 미련을 버리자

또한 운명의 실패를 감아가며

덤프 트럭의 괴력을 흉내라도 내자

아니다 아니다 그렇게 쉬운 것은

물 속에 잠겨 있어도 늘 제자리는 안 될걸

쉽게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까?

입으로 깨물면 부서지고 마는

연체의 껍질을 쓰고도

살아갈 수 있다니

 

-1990년 신춘문예 한국일보 시부문 당선작-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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