거리에 갇히다
시 · 황규관
낭송 · 승현 유미숙
거리에 갇혔다
물길과 산모롱이 돌아가는 오솔길과
뱃고동이 수평선을 향하던 뱃길과
새끼 뱀이 처음 나섰던 산길과
황조롱이가 맴돌던 하늘길이
사통팔달 시원하게 뻗은 이 거리에 갇혔다
아주 멀리 돌아온 내 길이
무릎으로 걸었던 울퉁불퉁한 어머니의 길이
혼란스레 파닥이는 아이들의 길이
자동차가 줄지어 선 이 거리에
어둠을 착취하는 불빛 가득한 이 거리에
사랑이 갇혔다
너구리가 달리던 들판이 갇혔다
어린 꿩의 눈에 담긴 먼 산이 갇혔다
모래무지가 내쫓기고 냇물이 갇혔다
수양버들이 베어지고 강물이 갇혔다
대지가,
생명이 갇혔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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