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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명|김남조|시낭송|좋은글|좋은시

소풍가자친구 2024. 2. 19. 20:00

 

 

생명

 

· 김남조

낭송 · 승현 유미숙

 

생명은

추운 몸으로 온다.

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

초록의 겨울보리.

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

추운 몸으로 왔다.

 

진실도

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.

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.

 

겨울 나무들을 보라

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.

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

줄기는 이렇듯이

충전 부싯돌임을 보라.

 

금 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

친구가 아니다.

상한 살을 헤집고 입 맞출 줄 모르는 이는

친구가 아니다.

 

생명은

추운 몸으로 온다.

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

하얗게 드러눕는

함박눈 눈송이로 온다.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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