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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낭송|어둠의 단애|류인서|좋은글|좋은시

소풍가자친구 2024. 2. 13. 20:00

 

 

어둠의 단애

 

· 류인서

낭송 · 유미숙

 

저문다는 것, 날 저문다는 것은 마땅히 만상이 서서히

 

자신의 색을 지우며 서로의 속으로 스미는 일이라야 했다

 

알게 모르게 조금씩 서로의 그림자에 물들어가는 일이라야

 

했다 그렇게 한 결로 풀어졌을 때, 흑암의 거대한 아궁이

 

속으로 함께 걸어가는 일이라야 했다.

 

 

 

너를 바래다주고 오는 먼 밤, 제 몫의 어둠을 족쇄처럼 차고

 

앉은 하늘과 땅을 보았다 개울은 개울의 어둠을 아카시아는

 

아카시아의 어둠을 틀어 안고 바윗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

 

가고 있었다 누구도 제 어둠의 단애 밖으로는 한 발짝도

 

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한 어둠을 손 잡아주는 다른 어두움의

 

손 같은 건 볼 수 없었다.

 

 

 

 

 

- 시집 "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" 중에서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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