송명재 시모음
시 · 송명재
낭독 · 승현 유미숙
00:00 인생
01:27 그리운 벗
02:47 님이라면
04:36 아버지
06:13 초련
07:36 그러한 날에
10:03 기다리던
11:26 인연
12:50 은하수에도 눈물이
-인생
달려왔더니
아닌가 보네
실컷 달려왔는데
잘못 왔는가 보네
열심히 살고 저
뛰어왔더니
이젠 쉬어 가고 싶네
세상 놓지 못해
달려왔더니
음 ~ 이젠 쉬어 갔으면
좋겠네 그려
어차피 인생 짧은 것
이래저래 쉬어 가면서
기뻤으면 좋겠네 그려
와서 보니 아직
얻은 건 아무것도
없다네 그려
-그리운 벗
오늘도 잘 견디었지
걱정하는 그 사랑
지켜주는 그 향기
바로 나의 벗이로다
그대가 하늘이오 바다이니라
이만큼 보고프면 하늘 만 큼이고
이 정도 그리우면 저 너머 수평선 끝 다은 바다이니라
내가 벗이 그리운 만큼 벗도 나를 보고 싶은지
알 순 없지만 순간 만큼은 내 벗의 머금은 그 정은 사무치더라
그대
내 아픔보다는
네 아픔은 덜 했으면 좋겠다
순간마다 다가오는
그 정은 그리움에 스며들더라
-님이라면
날 두고 가신 님아
가여운 님아
어느 바람결에 오실까
바람소리 기우려
잠못이루네
하물며 저녁 나절에 만개한
딱 한송이 무명화야
외로움 닮은 네가 싫은데
이 밤 몰래 찾아온
혹여 사무친 내 임이런지
긴 긴 밤이 모자라
밤새 우는 이슬비야
살포시 왔다 가는 너도
몰래 찾아온 내 임이런가
억수 같은 빗소리면
주룩주룩 님이 불러주던
자장가도 될 터인데
부슬부슬 기척없이
왔다가니
연화밭만 살짝 젖어
적적함에 잠 못 이루겠구나
지새는 찬밤
외롭고 외로워서
이제금 다시 찾는
샛서방*만 안으련다.
셋서방* : 수면제
-아버지
애들아
미안하단 말 밖에는
할 말이 아니 나오는구나
너희들 쌓인 한은
모두 나에게 주거라
나로 인한 가슴 앓이
모두 가져 가련다
나로 인한 죄업은
내가 이고 가련다
애들아 느들은
더 오래 살고 오너라
와서 보니 알겠다
아무래도 쓸쓸한 저승보단
이승이 났다더라
모시에 적삼 입고 보니
애닯프긴 하다마는
그래도 화장장 마지막은
나도 울고 가련다
아비 노릇 못하고
미안함만 두고 간다
미안하단 말 밖에는
더 할 말이 없구나
미안하다 애들아
-초련
꽃이 피면 뭐합니까
지고 말 것을요
갈 닢 속 애끓음만
감물되어 돛배 내립니다
인생도 저무니
가랑비도 서럽군요
꽃이 지고 입이 져도
가을 첫눈은 오겠지요
살짝이 눈 맞은
낙엽 모아
애타게 님을 본 듯
소식 담아 두겠습니다
인생 닮은 낙엽은
어디까지 갈까요
그 낙엽 따라가면
혹시 님을 볼 수 있을까요
-그러한 날에
아물 하게 잊힌 모습
비속에 그려봅니다
임의 얼굴 가무가물
회색빛 먹물에 그리움만 적시었습니다
낙숫물 스며든 가슴에도
미련 하나 없는지요
마음마저 잊히어
혹여 올 수 없는 것인지
서풍에 찾아온
빗속 추억이 지낸 슬픔 깊었지만
북풍마저 위로할 듯
뺨을 어루만져 달래 주더니
속절도 없다는 듯 숨어 들었고
빗물에 씻겨간 기다림도
하찮듯이 세월을 따라갔습니다
그리움에 감긴 세월
북받치게 떠올려도
차라리 잊히면 좋겠습니다
마음은 빗속에서
둘 곳도 없었습니다
외로움은
빗결에 물결 흐르고
하늘까지 원망하여 빌어 보지만
하늘은 무정하여 허락도 않습니다
오늘도 그러한 날에 여름비 내리고
실가락 빗물에도 마음 젖어옵니다
이미 잊힌 내 임도 빗길 쫒아
추억만 주고 가니 이제는 마음도 멀어져만 갑니다
오랜된 날 기억도
그러한 날이었습니다
그리움만 밀려오는
어느 날 오후에
-기다리던
인연이 왔습니다
찾지도 아니 했는데 내게로 왔습니다
그렇지만
너무 갑자기 온 건 아니었습니다
세월 속 그렇게
인연이 내게로 왔습니다
행여 찾지 아니한 것은 아니었지만
아마도 모르거니
백발을 못 채웠던 그 인연
전생에 그친 인연
다시하여
내 게로 왔습니다
그리워 목이 메듯
어차피 그 인연이면 좋겠습니다
-인연
인연으로 왔다가
이승 인연 다해 갔으면
좋은데 가시겠지
빌 곳은 하늘이지요
그 인연
다음 생에 만난다면은
혹여라도
기억이나 하실는지
혹여
흘릴 눈물
그 감당 어찌 하런지
헤어짐과 만남
하늘의 뜻이라 한다면
아름다운 이별
하늘의 이치라 한다면
하찮은 인연인들
어찌 소홀 하겠는고
좀 전에 길을 묻던 저 이도
눈물로 그리워했던
전생에 내 사랑은
아니었을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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